정부도 우려하는 내년 부동산 시장…270만호 공급 '빨간불'

입력 2022-12-22 07:24   수정 2022-12-22 07:25


정부가 내년에도 부동산 시장이 거래 감소와 미분양 증가 등 위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들어 10월까지의 평균 주택 거래량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고 이달 청약에 나선 아파트 단지도 절반 이상이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길어지면서 정부의 270만호 공급 계획이 실현될지 우려되고 있다.

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날 정부가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는 주택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대책들이 담겼다. 다주택자 취득세·양도세 중과세율을 낮추고 임대사업자 제도도 부활한다. 서울과 경기 과천·성남·하남·광명 등 규제지역에서 금지됐던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도 가능해졌다.

우선 3주택 이하 8%, 4주택 이상 12%로 적용되던 취득세 중과세율은 2주택자까지 중과를 배제하고 3주택자는 4%, 4주택자는 6%로 하향한다. 조정지역 내 3주택자와 법인은 6%의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도 1년 연장한다. 이에 따라 조정대상지역에서 2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처분하는 다주택자는 기본세율(6~45%)의 양도세만 납부하면 된다. 정부는 내년 7월 세제개편을 통해 세부적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지침을 마련할 방침이다.

전용 85㎡ 이하 아파트에 대한 장기(10년) 임대등록도 재개된다. 임대사업자에게는 취득세와 재산세가 감면된다. 2018년 9월부터 금지됐던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도 풀린다. 내년부터 서울과 경기 과천·성남·하남·광명 등 규제지역에서도 다주택자가 집값의 30%까지 대출을 실행할 수 있다. 270만호 공급계획도 시장 상황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2023 경제정책방향…부동산 수요 촉진 대책으로 구성
정부의 이번 대책에 대해 부동산 업계는 주택 수요를 촉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했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당초 내세웠던 5년간 270만호 공급 공약을 지키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 팀장은 "지난 8월 정부가 5년간 270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이번 발표에서 결국 공급 속도를 늦추겠다고 했다"며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민간 주도로 매년 50만호 이상 공급한다는 계획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민간 공급 위축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민간 아파트 공급 시장은 빠르게 얼어붙는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청약을 받은 아파트 단지 31곳 가운데 53%인 17곳은 경쟁률이 1대 1에 미치지 못했다. 절반 이상의 아파트 단지에서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지방에서는 청약자가 0명을 기록한 단지도 발생했다. 전북 부안군에 들어서는 '부안 줄포 블레스아파트'는 이틀에 걸쳐 1·2순위 청약을 받았지만, 신청자가 0명에 그쳤다.

전남 함평군 '함평 엘리체 시그니처'와 제주 서귀포시 '빌라드아르떼 제주'도 1순위 청약 신청자가 0명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2순위에서 각각 3명, 2명이 신청했지만, 경쟁률은 0.01대 1, 0.05대 1에 그쳤다. 그 외에도 인천 영종국제도시 '영종 오션파크 모아엘가 그랑데'가 558명 모집에 50명 신청하며 0.0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모집정원을 채운 14개 아파트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청약 경쟁률이 낮은 탓에 초기 계약률도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4곳 가운데 11곳의 경쟁률이 5대 1에 미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경쟁률이 5대 1을 밑도는 단지는 초기 계약률도 50%를 밑돌아 건설사가 자금난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청약에 나선 31곳 가운데 90%에 달하는 28곳에서 미분양이 우려되는 셈이다.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270만호 공급 가능성에 의구심"
청약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미분양 물량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4만7217가구를 기록, 전년 같은 기간의 1만4075가구 대비 3배 넘게 늘었다. 9월 한 달 동안 8882가구가 늘었고 10월에도 5613가구가 더해지는 등 미분양 물량이 쌓이는 속도도 빨랐다. 업계에서는 전국 분양물량의 10%가 넘는 5만 가구를 미분양 위험수위로 판단하는데, 연내 이 기준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주택 거래량도 역대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10월 전국의 평균 주택 거래량은 월 4만5000호에 그쳤다. 2006년부터 2021년까지의 월평균 7만9000호에 비해 43% 줄었다. 서울의 경우에도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월평균 6500호의 거래량을 보였는데, 올해는 1400건으로 반의 반토막이 났다. 월 거래량이 3000건이 되지 않는 거래절벽이 1년 내내 이어지는 형국이다.

미분양이 쌓이고 수요가 줄어들면 민간 주택 공급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규제 완화에도 주택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규제 완화가 민간 건설사들의 주택 공급 활성화에 도움을 주긴 하지만, 지금은 금리 인상의 부담이 큰 탓에 규제 완화가 빛을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임 리서치팀장은 "거래절벽이 1년 넘게 이어질 정도로 매수심리가 위축됐다"며 "재고 주택시장의 매수심리가 살아나야 분양시장도 회복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규제 완화 조치를 내놨지만, 금리가 오르고 있어 효과가 제한적이다. 백약이 무효라는 평가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정상화라는 장기적인 정책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단기적인 가시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부동산 시장 침체와 거래절벽이 내년에도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방위적인 규제 완화 정책을 내놨지만, 부동산 시장이나 민간 공급을 활성화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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